자고 일어나보니 세상이 360도 뒤집어져 있었다.
평소처럼 잠에 거나하게 취해 뉴스를 듣고 있자니 윤석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반국가세력을 운운하는 WWE가 한창이었다. 고작 그런 내용으로는 이른 아침의 화이트노이즈 이상의 평가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계엄을 선포하는 UFC로 넘어가자 진짜로 머리에 입식타격을 당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꿀잼사태가 벌어진 동안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다. 혹자는 '왜 세상 재미있는 일은 다 밤에 일어날까?' 하고 탄식했는데 지금 내 심정이 그렇다. 자고 일어나보니 계엄을 선포했다 해제 결의를 맞고 모든 사태가 끝난 상황이었다. 5.16 당시 소시민의 심정이 이랬을까?
지금 이 순간까지도 머리속에서 이 일이 정리가 되지 않는다. 아마 어떻게 이 사건이 일어난건지 줄줄히 설명할 수는 있어도, 왜 이 사건이 일어난건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상에 양자역학과 12.3 친위쿠데타를 이해한 사람은 없다고 봐도 좋겠다.
간 밤의 사건은 명백한 친위쿠데타였다. 하지만 명분은 낡은 군사정권의 논리였고 그 계획은 파멸적으로 어설펐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군사정권의 환상에 기생해 사는 오랜 것들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 날까지 탄핵은 근거없다고 믿어왔는데 이번 일은 명백하다. 탄핵은 이루어질 것이고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설사 탄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기사회생의 전환점이 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까, 사망신고를 해야만이 시체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 말도 안되는 사건에 사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내 말은. 대체 이 일을 교과서에서 무어라 말해야 하는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하든 납득 대신 부끄러움만 남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