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22.

일지, 시작.

나는 일기를 쓰는 재주가 없다.

방학숙제 목록에 일기가 끼어있으면 그게 참 고역이었다. 매일 쓰면 되지 않냐고? 나는 일기를 쓰는 재주가 없다.

이러한 이유로 개학이 목전에 닥치면 나는 달력을 꺼냈다. 그리고는 날짜에 맞는 이야기를 한 세 줄 정도 지어내는게 일기의 실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소설 쓰는 재주는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초등학교 저학년을 벗어나면서  일기쓰는 숙제는 사라졌다. 천만다행이었다. 그 후로 내가 일기를 쓰는 일은 없었다.

그러니 십수년이 지나 다시금 일지를 쓰는 일이 참 기괴할 따름이다.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 판단에 마일스톤이 필요했다. 최근 불명확한 인지도식을 통해 매매에 실수를 했는데, 이는 명확하게 문자로 보면 막을 수 있는 실수였다.

둘, 생각보다 내 기억력이 좋지 않다는 사실이 재차 확인되었다. 이건... 사례가 너무 많아 언급할 수 없다.

셋, 블로그를 좀 제대로 굴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가다간 스페머조차 오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고로 일지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헌데 평범한 개잡부의 삶이라는 것이 매일매일 버라이어티할 수가 없다. 사실 지금도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아마 매일의 일지는 수기로 남기고 주말에 총평을 남기는 식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일지는 아니겠구나, 끽해야 주기일 것이다. 그럼 이 라벨은 일지에서 주기율표로 고쳐야겠다.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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