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대관식이 있었다.
예로부터 군주들은 부족한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관식을 활용하기도 했고, 이를 위해 있는 세간살림을 털어넣기는 물론이고 빚을 지기까지도 했다. 하여간 동서와 고금은 서로 통하는 면이 있기 마련이다.
모든 정권이 가장 강한 추진력을 가진 첫 해년도에, 이번 정권은 빚을 상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모두 권좌에 앉기 위해 과도하게 짊어졌던 빚이다.
이제 상환의 시간이다. 그동안 입법부에 있을 때에는 그토록 비판했던 대규모 사면을 스스로 행하는 처지가 되었다. 심지어는 일방적으로 정치적인 사면임을 너머서 그 적정성까지 의심받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빚을 진 까닭에 도덕적 파산이냐 정치적 부도냐 말고는 선택할 길이 없게되었다. 이번 결과로 당장의 정치적 부도는 면했지만, 모든 부채를 면할 수는 없다. 도덕적 파산 역시 면하지 못했다.
자신이 지니고 있던 그 모든 자산이 자본이 아닌 부채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데 얼마나 걸릴까? 제명에 달렸다. 기한의 이익을 누리는 중에는 꿈에도 모르겠지만.
사실 기한 이익은 특약에 의해 쉽게 상실될 수 있는 종류의 권리이다. 채권자들은 정치적 부도상황을 감지하면 언제든지 실력행사에 나설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빚의 승리이자 빚의 대관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