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12.

도생책략-축소사회에서 살아남기

 저출산은 세계적 추세다. 이는 거부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특별하게 박살나버린 한국의 출산율을 변호할 수 없다. 보편적 요인 뿐만 아니라 특별한 요인이 사회에 있어 한민족 최초의 퍼스트 무빙을 이끌어내고 있다. 우리는 대체 어디로 가는가?

미래 예측은 항상 어렵다. 하지만 주제가 주제인 만큼 감정적인 편향을 무시하기가 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은 가운데에 있을 것이다. 근거 없는 낙관과 고통에 찬 절망 사이에 있을 것이다.

사실, 이 경우에는 낙관보다 절망의 중력이 더 크다. 제정신 박힌 사람이라면 출산율의 원점회귀를 가정조차 하지 못한다. 하지만 지금 너무나 절망스러운 삶을 사는 나머지 차라리 세상이 망해서 자신의 불행이 끝날 여지를 바라는 사람은 많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사회의 붕괴가 명백하더라도 역사적 정산은 즉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브프라임은 붕괴하기 몇 년 전부터 위험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공산주의도 그 내제된 비과학성에도 불구하고 수십년을 이어갔다. 심판의 날은 아무도 모른다.

아니, 종말의 예언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심판의 날이 오더라도 지리멸렬한 삶은 이어질 것이다. 이미 어떤 소설가는 말하지 않았나? “이렇게 세상이 망하는구나. 쾅, 하는 소리가 아닌 훌쩍거림과 함께.”

하지만 이를 논하는 것은 본문의 영역을 벗어난다. 본문에서는 정부의 무능 혹은 무관심을 인식하고 저출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결과적으로 축소사회의 고요속에서 개인이 살아남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논하고자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대비라는 경계조건을 만족하면서도 오히려 사회가 망하기를 바라는 또는 망하는데 배팅하는 대비는 피하는 것이다. 나조차도 사회가 지속가능하길 바란다. 이 글은 외출시의 우산이 될 뿐이지 기우제에 재물을 봉납하기 위함이 아니다.

첫째로 운동을 해야 한다. 이는 좀비사태를 대비하거나 현실에서 배그를 찍으려는 미친생존주의적 계획이 아니다. 단지 기초적인 체력을 위해서이다. 인생웰컴 건강버프는 서른 전에 끊긴다. 그 후부터는 지금까지 만들어둔 신체로 살아가야 한다.

하늘이 도와서 한국의 건강보험재정이 내 삶이 끝날 때 까지 버텨만 준다면 걱정할 것이 없다. 퇴행성질환, 이상지질혈증, 만성적인 염증, 암까지 보장받으며 진료받으면 된다. 하지만 인생을 하늘의 뜻에 따라 사는 것은 신앙인의 삶이다.

종말의 예언자가 자신이 정말로 옳았다는 사실을 깨달는다해도 이미 균형이 완전히 무너진 삶을 살고 있었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될 수 있을까?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종말론은 그저 고통을 수동적으로 끝내고자 하는 자기파괴에 불과하다.

둘째로 해외자산을 모아야 한다. 일본이 ‘잃어버린 삼십년’ 을 살 수 있었던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잃어버릴 재산이라도 있었기 때문이다. 엔화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주축중 하나는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든든한 해외자산이다.

모두가 돈을 많이 벌 수는 없지만, 지나친 소비를 거두는 것은 모두가 할 수 있다. 축소사회에서는 생산도 소비도 급감한다. 출산율 저하를 걱정하고 축소사회를 대비하면서 왜 지금 생산을 늘리려하지 않으며 소비를 줄여나가지도 않는가?

그러나 더 나아가 금과 같은 귀금속을 비밀리에 모으려는 데에는 부정적이다. 상장된 증권이 국가에 압류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 이르러서는 이미 자산은 의미가 없을 것이며, 금은보다는 납탄이 더 유용할 것이다.

셋째로 많은 재주를 익혀야 한다. 축소사회란 결국 분업화의 역류이다. 만명 사는 도시에서는 못머리만 만들어도 되지만 백명 사는 도시에서는 한 사람이 못 전체를 만들어야 한다. 아니, 못만 만들어서는 먹고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지난 십수년간 사회는 스페셜리스트를 원해왔다. 하지만 그 전제인 분업화가 역류한다면 오히려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가 살아남을 것이다. 직접할 수 있는 일은 직접 해보자. 자동차 필터를 갈아보고 고장난 콘센트도 갈아보자. 요리도 좋은 선택이다.

여기서 요구되는 능력은 자격증을 취득할 정도까지 바라지는 않는다. 단지 어떤 방법이 있다, 혹은 나중에 어디서 어떤걸 찾아보면서 해야겠다 하는 정도의 재주면 된다. 현실에서 마주치는 문제들은 거의 대부분 오픈북테스트 아니겠는가.

상기의 세 가지 방법은 모두 나같은 소시민을 위한 것이다. 이민 갈 능력은 없으니 어떻게든 여기서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혼란스러운 사회일수록 강건한 자신이 필요하다. 타인을 해치지 않더라도 일어설 수 있는 강건한 자신이 필요하다.

만에 하나 한국이 광란의 AV페스티벌 전국투어를 통해 2.69 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초전도체를 개발하여 갑자기 강대국이 되어버리더라도 문제 없다. 어쨌든 당신은 건강과 자산과 교양을 얻지 않았는가? 뭐가 불만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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