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8.

우주선의 만담

"사실 블랙홀이란 이름은 잘못 됐어요."

조나단은 사과주스 팩을 집으며 말했다. 솔직히 잡담에 말려들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 솔깃한 화두에 정신이 팔려서는 나도 모르게 반문을 던졌다.

"잠깐, 그럼 뭐라고 불러야 되는데?"
"검은 구멍(Black hole)에는 사실 구멍이 없어요."
"구멍이 아니라고? 말도 안돼. 그럼 무슨 흑인 창녀(Black whore)란 뜻인가?"
"더 무거워진 중성자별일 뿐이에요. 오히려 표면은 엄청딱딱할껄요?"

그 이후로도 조나단은 축퇴압을 이기지 못한 중성자들이 어떤 최후를 맞이하는지 설명을 늘어놓았다. 천체물리학과는 인연이 없던 나는 세 번이나 질문을 던진 끝에야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 그럼 이제야 이해했어. 구멍에 쏙 빠진다는게 틀린 말이었군."

나는 고장나버린 방향타에서 손을 때며 덧붙혔다.

"실제로 우리는 블랙홀에 '불시착' 한다고 봐야되는건가?"
"그런 셈이죠."

조나단은 수렁에 빠진 것 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강화 스크린 너머로 보이던 별빛이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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