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2. 17.

내일로 -4일차 부산

어젯밤에 두 사람이 더 들어왔다.
좋다 말았지, 나는 그 사람들이 깰세라 조심스럽게 게스트하우스를 빠져나왔다.

부산은 생각보다 접근성이 좋지 않았다.

광주처럼 주변으로 철도가 문어발처럼 달린줄 알았는데, 그건 삼랑진이었다.

하지만 들리고 싶은 이유가 확고했기때문에 계속 진행했다.

역사의 한복판에서 지리를 먹고싶었다.

그렇다, 바로 그 복집.

솔직히 광안리니 감천이니 하는 것들은 초원복집에 딸린 부대시설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부전역에 내리자마자 버스를 타고 대연동으로 향했다.

다른 대도시들과 달리 버스가 직관적이고 또 편리했다.

₩12,000짜리 은복지리를 시켰는데, 당연히 이게 가장 싼거여서 시켰다.


국물은 조금 짜게 느껴졌는데, 이정도 되는 집이 짠거면 이 주변 간이 쌘가보다.

육질이 꽤 도톰했다. 예전에 복을 먹어본 적이 있어서 비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기춘이 기절할 만한 맛을 기대한 나는 조금 실망하고 광안리로 향했다.


미리 말해두건데, 강알리에는 등킨도나쓰가 없다.

아주 실망스러운 현실이었지만, 광안대교를 보자 솔직히 좀 놀랐다.


한 번쯤은 볼만 한 광경인 것 같다.

광안리는 서해사람이 보기 힘든 모래사장이었는데, 물도 맑았다.


문뜩 한국인의 종특이 피어올라서 낙서를 남겼다. 아마 다음 만조에 사라질 것이다.

광안리에 끝에 다다른 나는 버스를 잡아타고 바로 감천문화마을로 향했다.



감천문화마을은 음... 생각보다 볼게 없었다.

아기자기한 달동네가 인상깊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다른 관광지들처럼 그저 소비되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내려와 자갈치 시장으로 향했다. 이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일본인 관광객 두 명이었는데, 도착한 버스를 가리키며 "자갈치?" 라 물었다.

나도 초행길이어서 기사님에게 물어본 후 OK사인을 건네자, 밝은 미소로 화답해주었다.

자갈치 시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라디오에서 트와이스의 노래가 나왔다.

그 두 명은 따라서 흥얼거렸다. 이게 그 문화승리인가 뭔가 하는 그건가보다.

가방에 김치가 없었기 망정이지, 그 두 관광객에게 선물로 줄 뻔 했다.


자갈치시장은 관광의 요지였다. 인근에 비프광장과 국제시장이 뭉처있기 때문이다.

미리 말해두건데, 볼 게 없었다.

부산은 그저 외국인들을 위한 관광지같았다. 국내여행장소로는 부적합한 것 같다.

호객꾼들은 자꾸 성질을 긁어댔고, 특별한 것은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상어 한 마리가 바닥에 노숙중이었는데 이는 기억에 남았다.

비프광장에서 물떡(₩1,000) 하나를 사먹었는데 꽤 맛이 있었다.

조금 창렬한 감이 없진 않지만, 아무튼 관광지니까 바가지 한 번쯤 써 주겠다.

갓뺀 가래떡보다 쫀득하고 물컹했는데, 오뎅국물의 간이 베어 짭짤했다.

매일같이 먹기는 어려워도 이럴때 한 번은 먹을만 한 것 같다.


일정을 너무 이르게 마친 나는 구미로 향했고, 그 열차 안에서 일정을 재조정했다.

지금 구미-서울로 향하면 이틀을 아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5일권을 샀을 때보다 만 원을 손해본 셈이지만, 아무래도 좋다.

어짜피 시간에 쪼들리기 싫어서 7일권으로 끊어버린 거니까.

구미에 도착한 나는 겨우 뛰어서 박정희 생가로 가는 버스를 잡았다.

상모동에 도착해서 카카오네비를 키니 이상한게 보였다.

'월요일 휴무'

민주시민이 오는걸 두려워한 박정희가 정기 휴일을 걸어놓고 도망친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나는 구미까지 가서 박정희 얼굴도 못 보고 돌아왔다.


오늘은 영 이득을 본 것 같지가 않다. 망한 것 같다.

와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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