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17.

이야기의 끝

“이, 별자리라는 것은 말이야. 하나의 이야기야.”

2년 전, 군청에서 연락이 들어와 요양원에 자리 잡은 노인은 특이한 구석이 있었다. 집도 자식도 재산도 없는 이 수급자는 남에게 특별히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니지만, 해만 저물면 추우나 더우나 테라스에 나가 하늘을 보는 것이었다.

당직일 때마다 생활실까지 올라가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곤 하는데, 다른 어르신들은 '밥이 맛없다.', '옆에 놈팽이가 코를 곤다.', '심심하다.' 등등의 레퍼토리를 순서 바꿔가며 차례대로 호소하지만, 이 어르신의 대화 주제는 대쪽 같았다.

“A4지 한 뭉탱이.”

“어디에 그렇게 많이 쓰시게요, 어르신?”

“이 세상에 별자리를 아는 건 이제 나밖에 없어. 조금이라도 기력이 있을 때 많이 써놔야 해.”

그러면서 침대에서 내려와 그 아래쪽에 넣어둔 박스를 당기더니 그 안에서 잘 정리된 A4지 한 뭉치를 꺼내어 보였다. 물병이니 전갈이니 하는 망상 같은 이야기들을 눈 여기어 보는척 하며 훑어보았다. 내가 읽는 모습을 침대에 앉아 눈여겨보던 노인은 서서히 일어나더니 방 밖으로 향했다. 나는 깜짝 놀라 그 노인을 따라붙어 부축했다. 그가 향한 곳은 테라스였다.

“저쪽의 가장 밝은 게 데네브여.”

“아 그렇군요. 어르신.”

속 빈 맞장구를 치며 바라본 하늘은 먹물을 흩뿌린 것처럼 어두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저 양짝에 있는 게 베가랑 알타이르인데, 저거랑 이으면 여름의 대 삼각형이 된다네. 아까 말한 데네브가 백조자리야. 실은 몇 개는 이제 잘 안 보이는데, 저거랑 저거랑…….”

그의 이야기보따리의 매듭이 풀릴 무렵, 내 등 뒤에서는 요양보호사의 따가운 눈총이 느껴졌다. 눈이 마주치자 나는 멋쩍게 웃어 보이며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전달했다.

“어르신, 이제 들어가시죠. 이제 다른 어르신들도 주무실 준비 하세요.”

그 노인네는 뭔가 찝찝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이내 수긍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좋아, 별은 내일도 뜨니까 말이야. 하나둘씩 찬찬히 시작허자구. 그러는 복지사 양반, 다음 당직은 언제인가?”

“저도 근무표를 봐야겠는데요. 일단 들어가시죠.”

그 노인은 그렇게 방으로 조심스레 들어갔고, 자신의 보물이 담긴 상자를 쑤욱 밀어 넣고는 자리에 누워 같은 방 노인들과 같이 TV를 보기 시작했다. 나는 간호일지를 꾸미고 있던 간호사에게 물어보았다.

“강 씨 어르신에게 알프라졸람 드리고 계시죠?”

“아, 그거요? 드리고는 있는데 차도는 없네요. 그냥 그러려니 하세요.”

그녀는 씨익 하고 미소를 지으며 마저 작업에 들어갔다. 전문가가 모르겠다는 데 내가 방도가 있겠나? 나는 그대로 사무실로 내려와 의자에 지친 몸을 기대었다. 서랍 깊은 곳에 손을 넣고 사표를 만지작거렸다.

사회복지사로서 나는, 사회의 가장 약자를 돌보는 사람으로서 저 소리를 들어주고만 있어야 할까, 아니면 도와주어야 할까? 둘 다 아니라면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자신의 환상 속에서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할까?

할머니가 떠올랐다. 마지막 순간에는 당신이 직접 업어기른 나마저도 알아보지 못 했던 할머니. 이해할 수 없는 옹알이를 들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쩌면 망령된 소리를 들어야 하는 의무마저도 나에게 있는게 아닐까?

나는 당직후의 휴일을 보내고 나서 A4지를 한 상자를 사 들고 왔다. 그러나 그 생활실에 강 씨 어르신은 보이지 않았다. 일지를 찾아보았더니 그 노인은 평소처럼 침대에서 내려오다가 바닥을 헛디뎌 그대로 땅으로 굴렀고, 중환자실로 실려 갔다고 쓰여 있었다. 허망함이 느껴질 무렵, 내 옷깃을 잡아끄는 이가 있었다.

“청년! 문 좀 열어줘. 집에를 가야여.”

“아이고 어르신 보따리는 또 왜 싸셨어요. 자 방으로 돌아가세요. 보호사 선생님 이분 좀 도와주세요.”

“아냐 아냐, 충식이가 나를 기다려. 내가 집에만 돌아가면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깨, 이 문만 좀 열어줘.”

“또 시작했네, 또!”

“놔! 안 놔? 가야여, 나 집에 가야여……. 충식아, 충식아!”

이곳은 피곤한 곳이다. 정신이 멀쩡하지 않은 노인은 차고 넘쳤다. 나는 A4지를 그 침상에 내려놓았다. 굳이 한 노인에게 붙들려 있기에는 너무나 미친 사람이 많았다. 충식 씨가 직접 계약서를 작성한걸 아시면 상심이 크실까?

“쯧쯔. 저 노친네는 안 죽고 뭣 하는 겨. 아이 이년아 시끄러워 TV 안 들려!”

더는 못 참겠다는 얼굴로 옆에 있던 어르신이 욕설을 퍼붓고 층의 분위기는 개판 오 분 전이 아니라 개판이 되었다. 나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요양보호사에게 뒷수습을 맡기고 도망쳐 나왔다. 서류를 던져버리고 싶었다.


몇 주 후, 강 씨 어르신이 퇴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향했다. 휠체어 하나를 몰고 305호에 도착하자, 익숙한 노인의 풍체가 보였다.

간호사를 얼마나 갈궈서 구해냈는지 모르겠지만, 강 씨 어르신은 넉넉한 A4지에 볼팬으로 또 끼적거리고 있었다. 감탄의 시선을 느낀건지, 팬을 멈춘 강 씨 어르신은 두리번 거리다가 나를 발견했다.

“여기여 여기.”

“하늘만 보고 다니니까 바닥을 못 보죠.”

“괜찮아, 생각보다는 안 아팠어.”

내가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강 씨 어르신은 자기가 알아서 휠체어에 올라탔다. 밀어주려는 시도도 허사로 돌아갔다, 강씨 어르신은 자기가 벌써 바퀴를 굴리며 원무과 앞으로 가고 있었다. 그렇게 퇴원 수속을 밟고 있으려니, 강 씨 어르신은 눈을 빛내며 나에게 물었다.

“그래서 A4지는 가져 왔는가?”

“예 침대 위에다 놨으니 가서 보시죠.”

“그려, 그러면 됐어. 그간 못 써서 걱정이 되어부렸네. 다 못 쓰고 갈까 봐.”

“천천히 가세요. 날도 좋은데.”

“아무렴, 그래야지.”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강 씨 어르신은 나에게 물었다.

“자네도, 내가 하는 소리가 미친 소리 같은가?”

강 씨 어르신은 자신이 정상이라는 듯 말했다. 나는 문뜩 이 노인의 말이 사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납득 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됐어, 자네의 침묵이 말 해주는구먼.”

나는 내 심정을 허심탄회하게 말하기로 결심했다.

“네, 아무래도 망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별자리에 대한 건 오직 나만 기억하고 있네. 기록은 하고 있지만, 힘에 부쳐서 어쩌면 몇몇 별자리는 아예 사라지고 말게야.”

차가 빨간 불에 가로막혀 도로 위에 멈추어 섰다. 그 노인이 입을 떨며 침을 삼키는 소리는 엔진이 공회전하는 소리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무 조용해져서 옆 차의 깜빡이 소리가 들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것만이라도 남아야 하네. 자네가 가져가게.”

“저 말씀이세요?”

“그렇네.”

“사실 전 어르신의 말씀을 믿기가 어려워요. 하늘에 큰 곰이며, 저울이며 그런 게 있다는 게.”

“실제 있다는 게 아니야. 이야기지. 또 자네의 보물로 삼으란 소리도 아닐세. 그저 밀봉하고 가지고만 있게.”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가지고는 있겠습니다.”

짧은 침묵을 깬 삐걱거리는 소리. 휠체어 등받이에 체중이 실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 됬어.”


그렇게 몇 주 후, 강 씨 어르신은 순식간에 쇠약해져 갔다. 당연하게도 휠체어 신세를 벗어나지도 못했고, 시간이 또 지나서는 휠체어에 타기도 어려울 정도로 몸 상태가 심각해져 갔다. 내가 또 당직이던 어느 날, 사무실에 있던 나에게 호출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세요, 선생님?”

“아유, 강 씨 어르신이 봐야된다고 해서 불렀죠.”

졸려오는 눈을 비비며 천천히 계단을 올라간 생활실에서, 그는 침대에 누워 이쪽으로 손짓을 하고 있었다.

“네, 어르신 부르셨다고요?”

그는 떨리는 손을 내게 흔들며 말했다.

“응, 내가 부르는 걸 마저 적어주겠나? ‘그리하여 알파성 카펠라는 매우 밝아 쉽게 볼 수 있다.’라고 적어주게.”

'겨우 이런 일로 사람을 부른건가' 하고 마음속에 불길이 일었지만, 이미 그것보다 더 화가 나는 일은 많이 겪었었다. 그렇게 끄적이고 나니 이번에는 자신을 휠체어에 옮겨달라고 가쁜 숨까지 내쉬며 성화였다.

테라스는 생활실에서 나오는 미약한 빛줄기를 제하고는 어둠에 잠기어 한 치 앞도 보이지를 않았다. 그는 한참 동안 하늘을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거문고 소리가 들리는가?”

“풀벌레 소리말곤 들리는게 없는데요.”

그는 흐린 목소리로 짧게 탄식했다.

“하늘을 보게, 들리우네.”


그는 마지막까지 망령든 소리를 하다가 갔다. 삼일장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요양원에 있던 대기인원이 우리 요양원에 오겠다는 의사를 타진해왔다. 노인의 자리는 비워졌고 새로운 침대 시트가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내 책상 앞에는 그 노인의 종이 뭉텅이가 놓였다. 창고에라도 박아 넣을 것인가, 아니면 불태울 것인가? 만약, 이게 정말 미친 노인의 단발마가 아니라 마지막 지식이라면 어쩌지? 고심이 계속되던 그때, 위층의 생활실에서 해답이 들려왔다.

"충식아!"

어쩌면 고민할 것도 없었다. 이곳은 끝난 곳이고, 끝난 사람들밖에 오지 않는곳 이다. 설사 이 이야기가 진짜라 하더라도, 이런 이야기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요양원 뒤편의 작은 소각장. 보호자가 유품 수령을 거부하면 대부분 그 유품들은 여기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이 종이뭉텅이의 운명도 그러하다. 연기가 다른 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어느 날 밤, 불길이 올랐다.


그리고 오늘, 금요일 밤. 요양원에서 퇴근한 나는 더위에 잠 이루지 못하고 공원으로 나왔다. 한 손에 든 캔 맥주는 연신 차가운 땀을 흘렸다. 잔디 바닥에 앉아 나무에 기댄 나는 멍하니 바닥분수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수다를 떠는 아줌마들, 그중 한 명의 손에 목줄이 붙들린 비글은 혓바닥을 바닥에 닿을 듯이 내밀고 있었다. 비글은 무언가에 홀린 듯 허공을 응시하다가 그 시선이 바닥분수에 닿자마자 냅다 달리기 시작했고, 생각지도 못했던 주인은 목줄을 놓치고 말았다.

비글은 바닥 분수에 더위를 내려놓았고, 아이들은 늘어난 친구에 기뻐하며 꺄르륵 거리는 웃음소리를 더욱 높였다.

나는 그 해프닝에 웃으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밤하늘은 별빛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누군가 그 하늘을 배어버린 것처럼 은하수는 화폭을 가로질렀다. 문뜩 그 은하수 옆에 자리잡은 몇 개의 별들이 자리잡은 모양에서 나는, 바닥 분수로 향하는 비글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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